서울 관악구에는 매년 분양을 하는 친환경 도시텃밭 제도가 있습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내 밭을 가질 수 있어서 동네 주민분들 사이에 인기가 아주 좋습니다.
이 텃밭을 신청하려면 ‘모집 공고가 뜨는 날 기준으로 주민등록상 주소가 서울시 관악구’로 되어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관악구에 있는 빌라나 다가구주택 등에 실제로 살고 있어도 서류상 주소가 다른 지역으로 되어 있다면 아쉽게도 신청을 할 수 없습니다.
제가 바로 그러한 경우였습니다. 지금은 관악구 다가구주택에서 월세로 지내고 있지만, 주민등록지는 아직 본가인 경기도 화성시로 되어 있거든요. 상추 등의 채소를 키울 생각에 잔뜩 기대했다가, 주소지 조건 때문에 신청조차 못 한다는 걸 알고 참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타 지역에서 관악구로 출퇴근을 하시는 분들도 저처럼 신청 자격이 되지 않으니, 자신의 주민등록 주소부터 꼭 먼저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1. 중복 신청은 안 돼요! 꼭 알아야 할 자격 조건들
주소지 외에도 꼭 기억해 두셔야 할 중요한 규칙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한 집당 딱 한 곳만 신청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족이 다 함께 농사를 짓고 싶은 마음에 엄마, 아빠, 자녀가 각자 신청서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민등록등본에 같이 묶여 있는 가족이 중복으로 신청을 하면 추첨 대상에서 자동으로 제외되거나, 운 좋게 당첨이 되더라도 나중에 취소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소지가 확실하게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라면, 마음 편하게 가족 중 대표로 딱 한 명만 신청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분양해 주는 땅의 크기는 보통 10㎡(약 3평) 정도인데요. 가족이 소소하게 먹을 상추나 고추를 키우기에는 아주 넉넉하고, 처음 시작하는 초보 농부가 관리하기에도 딱 좋은 크기입니다.
2. 아쉬운 마음에 다녀온 청룡산 주민텃밭공원 산책길
비록 저는 조건이 안 돼서 신청을 못 했지만, 각종 채소와 과일들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바람도 쐴 겸 동네에 있는 청룡산 주민텃밭공원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 오면 주변이 온통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서 깊은 산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드는데요. 산속에 아주 평평하게 평지 형태로 터가 닦여 있어서 걷기가 참 편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전체적인 모양이 약간 둥그스름한 다각형 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 안에 작은 밭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참 정겨웠습니다. 산속 평지에 자리 잡은 덕분에 어느 자리에나 햇빛이 골고루 잘 들고 바람도 시원하게 통하는 구조였습니다.

텃밭 곳곳에는 주민분들이 정성스레 심어놓은 상추와 가지, 방울토마토 등이 파릇파릇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둘러보니 농사를 처음 짓는 분들도 힘들지 않게 배려해 둔 실용적인 시설들도 많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텃밭 중간중간 물을 편하게 줄 수 있도록 수도시설과 호스가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물조리개 같은 농기구들이 공용 보관소에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서, 몇몇 개인 장비들은 굳이 무겁게 들고 산을 오르내릴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잠시 앉아 땀을 식힐 수 있는 원두막 쉼터와 벤치도 넉넉해서, 일하다가 이웃분들끼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참 좋아 보였습니다.
3. 친환경 도시텃밭의 규칙과 심을 수 없는 채소들
텃밭을 계속 이용하려면 구청에서 정한 친환경 규칙을 꼭 지켜야 합니다. 이웃들과 다 함께 사용하는 공공 땅이다 보니 땅이 나빠지는 걸 막기 위한 세 가지 약속이 있는데요.
‘화학비료, 농약, 비닐(땅을 덮는 비닐 멀칭)’을 절대 쓰지 않는 것입니다. 오직 정해진 친환경 퇴비만 사용해야 하고, 잡초가 자라도 약을 치지 않고 직접 손으로 일일이 뽑아내야 합니다.
만약 농사를 시작해놓고 바쁘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밭을 돌보지 않아 잡초가 무성해지면, 이웃 밭에 피해를 주게 됩니다. 이럴 땐 구청에서 이용 권리를 거두어 다른 대기자분에게 넘겨준다고 하니,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들러서 들여다보는 정성이 필요합니다.
심을 수 있는 채소도 정해져 있습니다. 키가 너무 크게 자라서 이웃 가구의 햇빛을 가리는 옥수수나 수수는 심을 수 없습니다. 또 부추, 달래, 돼지감자처럼 한 번 심어두면 땅을 몇 년씩 계속 차지하는 작물도 금지 대상입니다. 왜냐하면 매년 새로운 이웃 주민들에게 분양해 주는 공공 텃밭이기 때문인데요. 매년 봄에 새로 심어서 가을에 거둘 수 있는 상추나 고추, 방울토마토 등을 위주로 소박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4. 청룡산 텃밭 산책을 마치며
매년 초봄인 2월에서 3월 사이가 되면 관악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신청을 받는다고 합니다. 비용은 1년에 45,000원에서 55,000원 선인데, 개인 주말농장과 비교하면 정말 저렴한 편인 것 같습니다. 부담 없는 비용으로 동네에서 작은 농부의 삶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참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처럼 관악구 다가구주택 등에서 월세로 살고 있더라도, 서류상 주소가 고향이나 다른 지역으로 되어 있다면 다가오는 내년 초 모집이 시작되기 전에 동 주민센터나 인터넷으로 전입신고를 미리 해두셔야 합니다. 주소지가 관악구로 되어 있어야 전산 추첨에 정상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룡산 주민텃밭공원을 한 바퀴 돌고 나니, 저도 한 번쯤 이 예쁜 밭의 주인이 되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내 손으로 직접 채소와 과일을 키우는 소소한 행복을 꼭 만나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공식 기관 및 출처
- 주관 기관: 서울특별시 관악구청 공원녹지과 (도시농업팀)
- 관련 조례: 서울특별시 관악구 친환경 도시농업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
- 텃밭 분양 및 참여 예약: 관악구청 통합예약 시스템 공식 홈페이지
- 도시농업 종합 정보: 서울농부포털 공식 홈페이지